단상

피상성 예찬 중 쓰는 사람에 대한 주장

_lancer 2012. 1. 9. 12:07
우리가 쓰는 사람을 주장하려고 할 때, 그가 자신의 주의력을 면위에 집중시킨다고 말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을 것이다. 다시 말해서 쓸 때 그의 시선은 탄생하는 텍스트 위를 향하고 있지만, 그의 진정한 주의력은 그 텍스트의 내부를 향하고 있다. 그는 밖으로는 면 위를 응시하고 있지만 안으로는 경청한다. 그의 노력은 경청된 내적인 목소리를 밖에 있는 면 위로 번역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: 면 위에서 작은 소리(sotto voce)로 말해진 언어를 소리나게 하는 거이 아니라 보일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. 이러한 기능을 위해 타자기가 만들어졌다: 타자기는 쓰는 사람이 언어와 텍스트 사이에 놓인 거의 인지되지 않은 교량처럼 손가락을 사용하도록 쓰는 손가락, 즉 꿰는 손가락의 고유한 제스처를 기계화해야 한다.
Vilém Flusse, 『피상성 예찬』, 커뮤니케이션북스, 2004